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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왕좌(王座)와 다모클레스의 칼

 곧 새 대통령이 뽑힌다. 누가 그 자리에 앉을 것인가?   옛날, 왕은 절대지존 그 자체였다. 그래서 공자도 왕(王)자를 두고 천지인(天地人)을 뜻하는 삼(三)과 ‘꿰뚫다’는 뜻의 곤)으로 구성되어, ‘온 천하 만물을 하나로 꿰뚫을 수 있는 존재’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갑골문을 보면 그렇지 않다. 모자나 도끼를 그렸다고 하지만, 둘 다 권위의 상징물이다. 이 단순한 상징물이 공자라는 성인에 의해 우주만물의 지배자로 멋지게 변신했던 것이다.   왕의 자리는 최고라 모두가 탐하지만 그만큼 항상 위태했다.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이 상기된다. 기원전 4세기 초, 시칠리아 최고 통치자의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는 임금의 화려한 연회에 초대받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리, 너무나 아름다운 양탄자, 향기로운 향수, 지상 최고의 음식들, 금은보화로 가득한 방, 미남미녀의 시중을 받는 그 자리가 한없이 부러웠다.   “그렇게 부러우면 자네가 이 자리에 앉아보겠나?” “감사합니다.” “자, 여기에 앉게. 오늘 하루는 자네가 임금이네.” 감격에 겨워 왕좌에 앉아 왕 놀이를 하던 그가 우연히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아니, 날이 시퍼런 커다란 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실 한 가닥에 위태로이 매달려 머리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 “아뿔싸! 이것이 바로 임금의 자리였구나!”   한나라 허신의 『설문해자』에서는 왕(王)자를 “온 천하가 다 귀의하여 돌아오는 자리이다(天下所歸往也)”라고 풀이했다. 왕(王)과 독음이 같은 왕(往)을 가져와 공자의 해석을 교묘하게 발전시켰다.   사실, 공자가 이미 왕을 한없이 존귀한 존재로 만들었지만, 거기에는 아직 왕 자신도 “천지만물의 이치를 꿰뚫어야 하는 존재”라는 책무가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그렇지 못한 왕은 왕의 자격이 없고, 세상의 이치에 통달한 존재라는 증명을 무한히 요구된다는 점에서 언제나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허신의 이 한마디로 왕의 위태로운 외부는 제거되고, 외부 없는 세계가 확립됐다. 그의 한마디 해설로 왕의 유한성이나 취약성이 사라졌다.   허신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 등극할 ‘왕’의 권위를 강화하고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한 정교한 작업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해설로 바꿀 수 있는 본질은 없다.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위태한 자리가 왕좌(王座)임을 새겨야 한다. 하영삼 /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소장漢字의 비밀 왕좌 다모클레스 한나라 허신 사실 공자 천하 만물

2022-02-28

[漢字의 비밀] 올바름과 정당(正當)

 편견 없는 세상이란 가능한 것일까? 불가능에 가까운 듯 보이는 이 명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름으로 지칭되기도 하는 사회적 운동도 그중 하나이다. 이 ‘정치적 올바름’이란 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언어적 표현이나 문화적 관습에 반대하고 그것의 개선을 지향하는 사회적 운동을 가리킬 때 쓰이곤 한다. 이것은 영어의 Political Correctness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사실 영어에서도 1980년대에 들어서야 앞서 설명한 뜻을 갖게 됐고, 운동의 양상과 말뜻은 지금도 변화하는 중이다. 이렇게 의미가 가변적인 표현은 원어를 고스란히 직역하거나, 혹은 특정 시기의 뜻만 반영해 옮긴다 한들 정확(正確)한 번역이라 하기는 어렵다. 그 때문일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아예 번역을 포기하고 영어의 발음을 흉내 낸 ‘포리티카루 코레쿠토네스’ 혹은 그것을 줄인 ‘포리코레’로 통용되는 실정이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평이하게 쓰이던 말을 가져와 새로운 단어를 만들면, 생소한 사물이나 개념을 친숙하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미 알고 있는 말의 뜻에 섣불리 기대어 새로운 단어가 가리키고자 하는 내용을 오해하게 하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한국어 표현을 들여다보면 구성하는 단어는 평이하기 그지없지만 그것이 타당(妥當)하게 이해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만약 의미가 적절히 이해됐다면 그것을 갈음할 만한 유의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텐데, 과연 ‘정치적 올바름’에서 ‘올바름’은 어떤 단어로 바꿔볼 수 있을까?   ‘정치적 올바름’은 중국어로는 政治正確(정치 정확)으로 번역되며, 일본어에서도 드물기는 하지만 政治的 妥當性(정치적 타당성) 혹은 政治的 正當(정치적 정당)이라는 한자어로 옮기곤 한다. 즉 正確(정확)·妥當(타당)·正當(정당)이라는 한자어가 ‘올바름’과 대응하는 것이다. 이들 단어에서 핵심적 의미는 ‘일정한 기준이나 조건에 이상적으로 부합하는 상태’를 나타내는 正(바를 정)과 當(마땅할 당)에 의해 대표된다. 그러한 맥락에서 正當(정당)함은 운동을 부르짖는 이들이 갖는 도덕적 우위를 나타내는 말로 이해될 법도 하다. 신웅철 /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연구교수漢字의 비밀 정당 정치적 정당 정치적 타당성 정치 정확

202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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